김종란의 詩모음

시가 사는 집 / 김종란

서 량 2022. 12. 17. 19:25

 

시가 사는 집

 

                       김종란

 

우회 하며 그 짧은 길을

모르는 집처럼

페니와 쿼터를 세면서 백불짜리 종이를

세면서

오늘은 그만 지나친다

 

백일홍 한송이 손에 쥐고 바라보며

튼 입술 복분자술로 적신다

얕은 개울물 가파르게 흐르며

마음은 그곳을 넘본다

 

나의 생각하는 열쇠가 있는데

그것은 아니다

문이 덜커덩 열린 데도  아니다

만나기 원하는 것을 만난다면

그것은 네가 아니다

 

마음이 가 닿지도 발길이 가 닿지도

아이러니도 가 닿지 않아

멱살 잡고 뒤 흔들고 싶어하는 두 손 감추고

 

오늘은  너에게 가야 한다고

그 짧은 길을 우회한다

 

© 김종란 2010.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