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est'는 14세기 말경 라틴어와 고대불어에서 '중요하다'는 뜻이었는데 더 파고 들면 'inter(between)'와 'esse(to be)'라는 두 의미가 합쳐진 단어.
'interest'는 존재하는 대상들 사이의 스페이스를 지칭한다. 대상보다는 그들의 사이가 중요하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우리말에서 인간(人間)이라는 말이 사람 자체를 뜻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과의 사이(間)를 뜻하는 것이나 비슷한 이치다.
'interest'가 금전적인 차원에서 이를테면, 지금 당신의 세이빙스 어카운트 (savings account)의 이자(利子)를 뜻하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초였고 관심이나 재미라는 뜻으로 처음으로 확장된 것은 한참 후 1771년이었다. 이자율이라는 본격적으로 금전적인 개념이 생긴 것은 당신이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1959년이었다.
'interest'의 본래 의미인 '중요한 것'은 대상들 사이에 존재하면서 거기에서 우리 같은 갑남을녀가 추구하는 행복지수의 척도인 돈이 생기고 삶의 재미가 생긴다는 이론이 성립된다.
다른 사람을 저주하는 심정에서 말을 직설적으로 할 때 "야, 너도 사람이냐?" 하며 순수한 우리말을 하는 것 보다는, "야, 너도 인간(人間)이냐?" 하면 훨씬 더 모욕의 강도가 진해지는 것이 수상하다. 어떤 때는 순수한 우리말이 유용하면서도 또 어떤 때는 묵직한 한자가 더 효과를 발휘하는 우리의 말 습관이거늘.
우리가 무심코 쓰는 간첩(間諜)이라는 한자어가 '사이 간'과 '염탐할 첩'이라는 사실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었다. '염탐'은 사전에 '남의 행동을 살피고 조사하다'라고 나와있다.
오래 전 강원도 화천 북방 비무장지대에서 군대생활을 할 때 무시무시하게 인적이 끊긴 산길에서 흘깃 눈에 띄던 '간첩 잡아 휴가 가자'에서 보던 바로 그 팻말의 '간첩'이 남한과 북한 사이를 살피고 조사하는 연구원(?)을 뜻한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깨달았다. 아침에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 뿐만 아니라, 간첩은 남한과 북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주거가 분명치 않은 사람을 일컫는다.
다시 당신과 나는 '사이 간(間)'을 뜻하는 14세기 말로 타임머신을 타고 시공을 날아가자.
당시에 'inter'는 '사이'라는 뜻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당신이 가끔 끓여먹는 맵고 짠 '틈새라면'의 '틈새'도 사실은 라틴어로 '인터라면'이라고 멋지게 번역해도 외래어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큰 호소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 남진이 부른 노래, <가슴 아프게>의 첫 구절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 하는 노래가사가 당신 귀에 쟁쟁하지 않은가.
당신과 내가 어느 은성한 음악회에 가서 한 자리에 너무 오래 앉아있기가 어려우니까 중간에 쉬는 시간을 'intermission'이라 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면접(面接: 얼굴을 접하기?)하는 것을 양키식 사고방식으로는 'interview'라고 한다. 이것은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다짜고짜 얼굴을 접(接: 이를 접)하지 않고 얼마만큼의 사이(間)를 둔 여유 있는 공간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당신은 카페나 블록이나 페이스북(face book), 혹은 트위터(twitter)라는 첨단 사이버 스페이스 기술을 통해서 인터넷을 들락거린다. 그래서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사람을 사귀게 되는 수가 종종 있으리라.
인터넷은 허구의 세상이다. 반듯한 사각의 화면을 접하는 당신이 상상하는 사이버 스페이스는 실체가 없는 공간이다. 비밀번호를 가슴에 품고 그런 이상한 틈새를 무시로 드나드는 당신이나 나도 이 허허한 전기공간의 외로운 간첩들이다.
© 서 량 2010.08.01
-- 뉴욕중앙일보 2010년 8월 4일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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