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수필

위풍당당한 아름다움 / 최덕희

서 량 2010. 8. 1. 11:29

  비 한 방울 내리지  않고 찜통 같은 더위가 계속되는 주말의 오후,

  한 차례 쏟아 붓는 소나기처럼 시원한 여류시인과 화가를 만났다. 문정희 선생님과  김원숙 선생님은 수수한 차림에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과 당당함으로 우리를 주눅들게 했다.  고려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하시고 각종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손꼽히는 문정희선생님의 시는 문학모임에서 공부한 바 있는지라 내심 기대하고는 있었지만 미국에 도착하시자 마자 뵙게 될 줄은 몰랐었다.  이십 분 전에 모임장소인 한국레스토랑에 도착을 했는데도 우리의 사부 김정기선생님과 서량 선생님까지 네 분의 주인공들이 먼저 와 계셨다모임의 사회자로서   인터넷을 검색해서 대표적인 시와 약력을 뽑아 시 낭송과 나름대로 프로그램을 준비 했는데 문선생님은 여행 와서까지 형식에 매이고 싶지 않다고 자유스럽고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기를 원하셨다. 식사를 나누며 문선생님은 시의 흐름에 대해 설명하고 여성시의 주의점과 중요한 점을 강조하셨다. 요즘 현대시의 방향과 무절제한 언어의 남발로 문학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다고 우려하셨다. “본인이 성공한 사람으로서 ‘성공’에 대하여 이야기 해 달라.”는 김선생님의 말씀에 답으로 “나는 성공 하나는 했다. 그 것은 책상이 앉는 버릇이다. 놀기 좋아하고 돌아 다니기 좋아하는 내가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성공한 것이다.”라고 하셨다. 미국 땅에 살면서 모국어로 시를 쓰는 우리는 한국에 있는 문인들 보다 불리한 여건을 감수해야 한다. 보다 많은 언어와 자기의 세계를 구사해야 하고 사물을 이미지화, 형상화하여 시적인 표현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의 용량을 점검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를 잘 쓰는 데는 타고 난 99% 1%의 노력으로 이루어 진다’에서 다소 실망했지만  ‘하지만 때로는 그 1% 99%보다 중요할 때가 있다’는 말씀에 힘을 얻었다.

 선생님의 시 ‘남편’이 한국의 애창 시 100에서 11번째에 들었고 남성들에게 인기가 더 많다고 하셨다.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생략…….

 마지막 연의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에서는 비겁성과 오천 년 역사의 보수성이 깃들어 있다며 허위와 위선 거짓의 기둥이 받쳐져야 가정생활이 영위된다고 하셨다.

  문선생님 개인적으로는 그 시를 우위에 두지 않았는데 시도 밖에 나가면 제 운명이 있다고 재미있는 말씀을 하셨다.

  화가 김원숙 선생님은 일전에 뉴저지 문학모임을 방문하셔서 구면이라 그런지 더욱 반가웠다.

  ‘무엇을 알려면 그 뒷면을 알아야 한다.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내가 살아있다는 것과 어떤 자유로움 마져도 느꼈다’며 죽음은 구체적인 객관화이고 삶이 가지고 있는 에센스와 호기심의 파장 넓히기, 부정을 긍정으로, 버릇을 바꾸면 팔자가 바뀐다. 할 수 없이라는 상황을 다시 연출하기 등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사는 자세에 대해 많은 말씀을 주셨다. 식사를 끝내고 케익에 초 네 개를 점화하여 네 분이 촛불을 끄셨다. 정신과 의사이며 시인이신 서량 선생님의 클라리넷 연주가 감미로웠다. 인생을 남다르게 멋지게 향유하며 사시는 분이다.

  같은 여성인 내가 반할 정도의 멋스러운 두 분 선생님과의 두 시간 삼십 분 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자리에 모인 이십여 명의 사람에게 각각 강도가 다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김정기의 글동네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짇고리 / 최덕희  (0) 2010.08.17
가족 이야기 / 최덕희  (0) 2010.08.17
한국학교 교사세미나와 월드컵 / 최덕희  (0) 2010.07.04
결과만 봐 / 전애자  (0) 2010.06.26
비빔밥 문화 / 최덕희  (0) 2010.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