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만 봐
전 애자
세상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는 남자들이 군대이야기하는 소리고, 더 싫어하는 것은 군대에서 축구하는 것이라는 유머가 있다. 그러나 2002년 6월 4강에 들어간 우리나라 선수들의 뛰는 모습을 보고 쏘옥 들어갔다.
심장이 타도록 응원하는 한국에 사는 대한민국인들, 가슴조이며 열광하던 세계 각국에 머물던 한국인들, 그리고 4강에 들어서자 세상의 기쁨을 다 안은 듯 좋아하던 미국에 사는 재미동포들 …
아! 얼마나 감격적이고 눈물겨웠던가! 한 민족의 한이 모두 밖으로 나와 지구를 감싸 돌았던 그 날의 그 감격은 오랫동안 가슴과 머리 속에 조각되어 월드컵이 있을 때 마다 살아난다.
6월 18일 갑자기 눈이 침침하고 어지러워서 티넥에 있는 홀리네임 하스피탈 응급실을 찾았다. 당뇨 숫치가 너무 높아서 병원에 입원을 하라고 해서 입원을 했다.
다시 한 번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파서 병원에 가면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 의사와 간호원이 하는 대로 몸을 맡기는 수 밖에 없다. 여기저기 몸에 전기선을 부착시켜 검사하고, 주사 바늘을 찔러 피를 뽑아가고, 인슐린을 하루에 몇 번씩 투과 시키고, 웬 검사들이 그리 많은지 없던 병도 생길 지경이다.
6월21일 2시 반 나는 병원에서 한국과 나아지리아 하는 축구경기를 보았다.
심장이 타들어갈 듯 조마조마해서 열이 올라 머리가 아프고 뜨거워 얼음 주머니를 머리에 얹고 응원하며 보았다.
보면서 저 열광하며 응원하는 한국인들을 실망하게 하지 말라고 모든 신들께 도와 달라고 빌었고, 억울하게 돌아가신 천안함 46명의 영혼들께도 이기게 해 달라고 빌었다. 얼음주머니를 얹고 흥분하며 응원하는 나를 보고 의사와 간호원은 웃으며 너무 흥분하지 말고 보라고 했다. 이기지는 못해도 비겼어도 16강에 들어간다는 소리를 듣고 기분이 좋아 열도 내리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한국에 있는 여동생이 얼음을 머리에 얹고 응원을 했다고 하니 “언니, 아프다면서 큰일 나. 이곳 한국은 축구보다가 흥분해서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이 있어. 시합하는 것 보지 말고 결과만 봐 .” 하는 것이었다.
6월 26일 이침 8시 한국과 우루과이가 8강 진출을 위한 게임이 세 시간 남은 지금, 나는 부디 이겨 달라고 기원하며 이글을 쓴다. 슛! 골인~ 대한민국 화이팅!
'김정기의 글동네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풍당당한 아름다움 / 최덕희 (0) | 2010.08.01 |
---|---|
한국학교 교사세미나와 월드컵 / 최덕희 (0) | 2010.07.04 |
비빔밥 문화 / 최덕희 (0) | 2010.05.19 |
가마솥과 아궁이 / 최덕희 (0) | 2010.03.06 |
어린 부모 / 전애자 (0) | 2010.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