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조명 관계

서 량 2021. 5. 12. 16:01

 

삼각형의 각도가 문제였어

검정 옷을 걸친 정통파 유대교의 지저분한 수염 속에

깊숙이 숨어있는 모세의 비밀, 빛이 추는

춤사위, 깡마른 손가락이 긁어내는 곡선 따위가 

관심사였어 삼각형 뿐만 아니었지

진흙 속에 사족(四足)을 튼튼히 박아 놓은

직사각형도 골치 아팠다 행실이 방정한 직사각형도

 

당신이 고개를 갸우뚱할 때 나도 덩달아

상체가 기우뚱한다 세상에 수직이나 수평은 없어

사랑도 구원도 없다 우리는 욕심이 없어요 

둘 다 고해상도로 선명한 조명을 원할 뿐 

다만, 빛의 각도에 따라 당신과 내가 

천 개 만 개로 분산되는 불씨이기를

삽시간에 사라지는 망실이기를

 

© 서 량 2010.06.27

-- 네 번째 시집 <꿈, 생시, 혹은 손가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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