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린내 덜 가신 생선을 좋아하세요?
구비치는 밀물과 썰물 등쌀에 안경이 삐딱하게
벗겨지는 가재와 다슬기가 파도에 밀려
해변 바위에 한사코 매달리는 달의 인력을 좋아하세요?
달이 저만치 떨어져 있다는
고리타분한 말일랑 제발 고만 하세요 저 화사한
보름달은 당신이 손만 뻗치면 금방 만질 수 있는 거리에
아주아주 가깝게 있답니다 제 말을 믿어 주세요
이 이론에 당신이 얼른 동의하느냐 마느냐 하는 거는
이제 와서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요컨대 당신이 어느 날 느닷없이 싱싱한 생선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품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랍니다
양념을 잔뜩 뿌리지 않은 바다냄새
그 아득한 원시의 잔재가 그리워서겠지요 그리고
바다가 별로 그립지 않다 해도, 멋진 디자인의
안경 쓴 지성을 향한 제 존경심에는 한치의 변함도 없어요
당신의 안경은 결코 벗겨지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비린내 덜 가신 이 생선 냄새가 좋으시다고요?
© 서 량 2010.04.28
-- 월간 「우리詩」2010년 7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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