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생선을 좋아하세요?

서 량 2010. 7. 15. 06:43

 

비린내 덜 가신 생선을 좋아하세요?

구비치는 밀물과 썰물 등쌀에 안경이 삐딱하게

벗겨지는 가재와 다슬기가 파도에 밀려

해변 바위에 한사코 매달리는 달의 인력을 좋아하세요?

달이 저만치 떨어져 있다는

고리타분한 말일랑 제발 고만 하세요 저 화사한

보름달은 당신이 손만 뻗치면 금방 만질 수 있는 거리에

아주아주 가깝게 있답니다 제 말을 믿어 주세요

이 이론에 당신이 얼른 동의하느냐 마느냐 하는 거는

이제 와서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요컨대 당신이 어느 날 느닷없이 싱싱한 생선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품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랍니다

양념을 잔뜩 뿌리지 않은 바다냄새

그 아득한 원시의 잔재가 그리워서겠지요 그리고

바다가 별로 그립지 않다 해도, 멋진 디자인의

안경 쓴 지성을 향한 제 존경심에는 한치의 변함도 없어요

당신의 안경은 결코 벗겨지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비린내 덜 가신 이 생선 냄새가 좋으시다고요?

 

© 서 량 2010.04.28 

-- 월간 「우리詩」2010년 7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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