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cane
윤영지
사뿐히 미소로만 어루만질 것 같던
순백의 감미로움은
시간으로 첩첩이 쌓여가면서
“우지끈!“
일그러진 포효, 육중한 내리침으로
멀쩡했던 Deck의 난간을
시야에서 없애버렸다
버석한 속살과 뼈대를 드러낸
나무 둥치 흉물스런 몰골 위로
하얀 시간은 묵직히 계속 쌓여가고
Driveway 앞의 수십 년 된
소나무의 아름드리 가지들도
후두둑, 우지끈
몇 초만의 비껴감을 감사하며
머리 위를 다시 한 번 조심한다
전기조차 나간 어둠 속에서
놓쳐버린 김연아의 황금같은 순간에
발 동동 약 올라하던 지난 밤
Fireplace의 장작불로
한기어린 아쉬운 적막을 달래고
날 밝고 한참이나 되서야
푸실푸실 한 풀 꺾여
시치미 뚝 떼고 온순한 양 내숭을 떤다
휘엉청 허리 꺾인
목련 가지 눈 더미 위로 참새 한 마리
“이번 것은 말이에요,
Snow와 Hurrycane이 섞인
Snowcane이라 하대요.”
마침내 들어온 전기에 새삼 감사하며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댄다.
2010.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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