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김형오
눈 내리다 말다 이런 날엔
우리 무릎 꿇고 마주 않아
아파야 할 것 있네
먼 길 달려와 부지직부지직
시퍼런 부지깽이로 가슴팍을 뚫고
살 속 깊이 박히는
눈이여 불씨여
철없이 가두어 키우다
등까지 까맣게 태워버리는
몹쓸 돌림병일지라도
한쪽은 건졌다 믿었음에 이젠
더 큰 거짓말을 지어내
저쪽이쪽 둘러대면서
헌 눈 위에 새 눈 솔솔 쌓이는 날
깜박 길을 묻어놓고
머리 들어 마주 보며
못 이기도록 아프게
거짓말 하나 키워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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