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눈물
김정기
4번 지하철은 흔들렸다
구석 자리에서 두꺼운 책을 펴 들고
책머리를 읽다가 울기 시작했다
젊은 평론가가 내 손을 들어주었다
몰락하는 자가 지는 것 같으나 결국 이긴다는.
하나를 위해 열을 버릴 수밖에 없는 사람의 표정은
숭고하면서도 순간 절정이 보인다고
지면서도 이기는
그들이 지킨 하나는 아무도 파괴하지 못한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글발을 보며 눈물 흘리는 나는
앞자리 흑인의 커다란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 눈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겨울을 잘 통과한 제5 계절, 2월의 눈물이
양키 스타디움 역에서 축제로 열리려는 듯
문으로 부드러운 안개가 소리 없이 밀려왔다
잠시 기차는 서고 얼룩진 책 귀퉁이를 어루만졌다
© 김정기 201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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