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검은 소는 없다 / 김종란

서 량 2022. 12. 1. 19:20

 

검은 소는 없다

 

                                  김종란

 

 

검은 손이 옆구리 곁에 슬몃 비친다

검은 꽃은 언제부터인가 검은 소의 고삐를 틀어쥐고 있다

빛이 쏟아져 검은 꽃 끝없이 스며들어 빛은 이제 검은 꽃

 

검은 소의 눈은 희다 흰자위로 드넓다

검은 손이 지나가는 검은 꽃 푸른 혈관의 그물에 걸려 있다

 

무릎이 희게 헤어진

검은 소 뒤로 뒤로 아득히 물러나며

검은 꽃은 피어나서 고삐를 쥐고 있다

 

낮 낮 낮과 밤 밤 밤과 밤낮

푸른 피의 그물 안에 피어나는

검은 꽃은 고삐를 쥐고 있다

 

© 김종란 200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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