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오의 수련
김종란
물로 기록한다 물이 지었다
허물어 보는 입 물의 끈에 매어 여행하는 몇 겹의 우주공간 기록하며 빛이/ 쌓인다 여름 하오의 물빛이 어룽지는 고고학자의 깊은 눈길 빛을 들이켜며 물/ 깊이 서서 우주를 오간다
습기를 모아 몸을 짓고 물방울 하나 걸어 놓다가/ 밀림으로 갔다 **루소의 밀림 꿈의 밀실에서 푸른 빛 흰 빛으로 꿈 속의 꿈을/ 바라 본다
붓 끝에 유화 물감 속에 가 닿은 코 끝 사막을 지나는 모래 폭풍/ 둥근 그 바퀴에 잠시 고인 턱 대상을 향한 유연한 물의 자세 휘청이는 달을/ 향해 짙어지는 물의 맛 은하려니 저수지려니 박물관이려니 하며 입이/ 없어지고 발이 사라지고 팔이 흐려지는 중독의 시간 물은 찬란하다
* 정오에서 밤 12시 까지의 시간
** 앙리 루소, 프랑스 화가
시작노트:
여름, 수련 하다가 시를 썼습니다. 2022년 여름에만 쓸 수 있는 시. 꿈 속에서 꿈을 바라보는 것은 어떤 것일까. 보르헤스, 장자를 떠올리며. 중독의 시간을 채집하는 조심스러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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