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좀 전문적인 얘기지만 당신 내 말좀 들어 봐요.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몇 년 전에 읽은 책 내용이 갑자기 오늘 떠올라서 하는 소리야. 소위 평생을 [communication]에 대해서 연구를 한 심리학자가 쓴 책인데 책 제목이 [I wish I'd said that](그 말을 할 걸 그랬지)였어. 그 책이 아래층 서재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을텐데. 하여간 그 책에 의하면 인간의 대화방법을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던 것으로 기억해.
1. 직설형
낯이 뜨거울 정도로 남 생각 안하고 있는 그대로 지 속생각을 말하는 형. 이런 사람은 절대로 외교관이 될 수 없어요. 성격이 어린애 같은 사람으로서 천진난만하면서 어찌보면 주책스럽고 눈치가 없는 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지. 암, 절대로 상대방 심정은 안중에 없는 사람. 잘못 빠지면 안하무인격으로 보인다구. 좋게 보면 좀 속시원한 성격이라고나 할까.
2. 관계형
직설형과는 정 반대로서 자기의 솔직한 생각이나 의견보다는 남의 비위를 맞추는 게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유형이야. 말을 하면서 상대방 눈치가 이상하면 얼른 말을 바꾸는 사람이지. 이런 사람은 화제의 초점이고 나발이고 다 소용 없어. 인터넷에서 상대가 [꽃]에 대해서 기껏 글을 올렸는데 그 화제에는 관심이 없고 "그 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하는 답글을 쓰는 사람들이지.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이 대따로 많다구. 당신 그거 알아? 상대방의 토픽(topic)보다는 상대방이라는 사람에게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구. "건강하세요" 혹은 "행복하세요" 하는 덕담을 밥 먹듯이 하고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싹 무시하는 얼른 보면 참 자상한 사람들이야.
3. 단정형
이 유형이 제일 악독(?)한 스타일인데 상대방의 말 내용에도 관심이 없고 상대방의 건강이나 행복지수에도 물론 관심이 없고 단지 세상만사를 지 의견대로 단정을 내리는 사람이지. 정치가들 중에이런 사람이 많다. 지 잘난 맛에 살고 남들을 통치하는 재미로 평생을 사는 사람들이지. 우리들끼리 얘기지만 이런 놈들을 사실 밥맛이야. 얘네들은 그렇게 남들에게 훈시하고 교시하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경향이 심하다구. 훈장(교수?)질 하는 사람들도 좀 그런 면이 있어. 눈 앞에 사람이 얼씬하면 다 멍텅구리 학생으로 취급해야 살 맛이 나는 사람들.
4. 눈가림형
이 대화수법을 쓰는 사람들은 절대로 자기 속을 밝히지 않는 사람들이야. 비지네스를 성공적으로하는 사람들 중에 이 유형이 많은데 어찌 보면 2번 [관계형]하고 혼동이 올 정도로 비슷하지만 크게 다른 점은 내심 철저하게 계산적이라는 점이야. 관계형은 그래도 인간적인 면이라도 있지. 눈가림형은 사기꾼기질이 다분히 있는 스타일.
어때? 말해 놓고 보니 이 네 가지 유형중에 마음에 썩 드는 카테고리가 하나도 없네. 어쩌지. 근데 한 가지 보태고 싶은 말은 당신이나 나나 이 넷 중에 하나가 100프로가 될 수는 없어. 그게 바로 혈액형과 컴뮤니케이션 스타일 유형의 차잇점이지. 이를테면 내가 보기에 나는 1번 50프로 2번 30프로 3번 10프로, 그리고 4번 10프로 같은데. 당신 자신은 어때? 내친 김에 한 번 불어 봐요.
© 서 량 200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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