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인 나뭇잎들이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흔들리더니 잠시 후
본래 타고난 근성을 내보이며
체면이고 뭐고 없이 마구,
마구 진저리를 치는구나
살아있는 것들은 급속도로 해체된다
들끓는 돌풍 속에서 알뜰한 사랑을 포기한 우리들도
이맘때쯤 해서 당신이 등장한다
공포영화에 배불뚝이 알프렛 휘치코크 감독이
불현듯 지나가듯 쓱 출현한다 이름이 뭐냐,
어디서 왔느냐, 말을 걸어도 끝내 함구묵언 하는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외할머니 같은 얼굴이네
먹구름을 꾹꾹 눌러 다림질하는 천상의 기류가
차갑고 엄격하다 이마 위로 강풍이 휘몰아친다
밤이 비바람 속에서 으르렁으르렁
배고픈 늑대 소리를 내고 있네
© 서 량 200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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