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등과 등을 맞대고

서 량 2009. 7. 7. 21:19

       

       

      이것은 가해자 측들과
      피해자들이 서로 짜고 하는 짓, 그러나
      형편상 선과 악의 대결이라 부를 거다
      몽둥이 같은 비 곧 쏟아질지. 우박덩어리
      산더미처럼 무너져내려 전 도시가 풍비박산이 날지
      십자군 전쟁 시대라면, 탈관념이라는 말을
      아무도 들어 본 적이 없지. 투구정장을 한 우리들
      멍들은 광대뼈며 이마에 뚝뚝 떨어지는 장밋빛 피를
      주먹만한 빗방울이 말끔히 씻어 줄지
      번득이는 반달창을 뒤흔들며
      검푸른 여름 숲이라도 한껏 괴롭혀 줄까. 무시로
      우주 벌판을 무단 횡단하는 행성들을 들쑤셔서
      쑥밭을 만들어 놓을까
      당신과 내가 등과 등을 맞대고 서서
      깍듯한 최후의 순간까지
      벌떼처럼 덤벼드는 적들을 쓰러뜨리며, 간간
      고개를 뒤로 돌려
      우스갯소리라도 몇 마디씩 주고 받으면서


      © 서 량 2006.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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