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꽃과 여름

서 량 2009. 7. 12. 10:50

       

      끈적한 숲 속 안개는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천년 묵은 바위 모습입니다
      내가 눈여겨보는 내내
      꼼짝달싹하지 않고 있어요

       

      시간의 그림자는 결코
      어마어마한 중력의 발에 밟히지 않는답니다
      짭짤한 햇살에 등줄기 간지러운 갯벌 게처럼
      옆으로만 훌쩍훌쩍 걸어갑니다

       

      결국 떨어지는 것은 꽃이며 여름 같은 것들 뿐이에요
      당신의 나른한 활엽수들도 아래로 쓰러지지는 않아요

       

      꽃잎이 우르르, 그리고
      후덥지근한 여름이 훨훨
      싸락눈처럼 쏟아지는 오후에
      나도 밑으로, 밑으로만 둥실둥실
      목하 낙하 중이랍니다

       


      © 서 량 200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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