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라는 자막이 유성처럼 흘러가는 'Star Wars'(1977) 영화 시작 장면을 당신은 기억하는가. 금발의 주인공 륙 스카이워커(Luke Skywalker)가 대적하던 다스 베이더(Darth Vader)의 음산한 흑색 투구가 눈 앞에 떠오르는가.
중세부터 현대까지 화란어(Dutch)로 'Vader'는 'father'라는 뜻이다. 'Star Wars'는 아버지와 아들의 숨막히는 대결의식을 주제로 삼으면서 선과 악, 빛과 암흑, 그리고 우리 한국인들이 근래에 하루가 멀다 하고 체험하는 보수와 진보세력의 몸싸움을 극화시킨 각본이었다.
'father'는 9세기경부터 양키들이 사용한 단어, 'Vader'와 거의 같은 발음의 고대 독일어의 'Vater'에서 유래했다. 서구에서 위계질서를 처음으로 추구한 사람들은 독일인들이었다.
'bastard'는 우리말의 '사생아'라는 말인데 13세기 초엽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보아 귀족의 혼외정사에서 태어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남자아이를 욕할 때 쓰이는 말. 고대 불어의 'fils de bast (안장의 아들)이라는 표현에서 유래했다는 학설이 있다. 모텔이나 호텔이 없던 당시에 불란서 귀족들이 말 안장을 침대로 이용해서 자기 부인이 아닌 여자와 성행위를 했다는 기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아니다. 또 다른 학설이 있다. 고대 독일어로 'banstiz'가 'barn (외양간)'이라는 뜻이었는데 그런 비천한 장소에서 출생했다는 의미에서 'bastard'가 유래했다는 추측 또한 유력하다. 외양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도 친부 요셉이 아닌 신(神)이 잉태한 생명이 아니었던가.
기원전 12세기 경에 태어난 모세도 나일강에 둥둥 띄어진 광주리 속의 영아를 이집트 왕의 딸이 발견해서 아비 없는 자식으로 키웠다. 기원전 5 세기에 출현한 동양의 거성 공자(孔子) 또한 사생아 출생이었던 것을 당신은 알고 있으리라. 하다 못해 우리의 현대판 만화적 환상 속 슈퍼맨(Superman)도, 뱃맨(Batman)도, 스파이더맨(Spiderman)도 하나같이 아비 없이 자란 영웅들이었다.
양키들의 기독교적 의식구조에서 신(神)은 '아버지'라는 인칭대명사를 빌린다. 기독교에서는 하느님 형님이라든가 하느님 아저씨라 하지 않고 꼭 하느님 아버지라 부른다.
모세의 십계명은 위계질서의 강화에 있다. 서로간 뜻과 의견을 달리하는 인류의 상호공존의 지침과 법칙은 아버지의 준엄한 시선에 있었다. 아버지의 쫀쫀한 가르침이 없이 성장한 위인들은 그런 원칙을 스스로 터득하는 지혜를 타고난 월등한 사람들이었다.
우리말에 '아비 없는 후레자식'은 어떤가. 우리말 어원사전에서 아비 없이 홀로 자랐다는 '홀로 자식'이 발음이 '후레자식'으로 변했다고 고려대 명예교수 김민수는 설파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버지는 그가 두 살 때 가정을 떠나고 세 살 때 이혼을 함으로서 그 또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는 아버지 날인 엊그제 21일에 미국 흑인 사회에 자주 발발하는 아버지의 부재현상에 대하여 경각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했다. 아버지 역할이 자식을 잉태시키는 것에서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우리의 흑인 대통령은 역설한다.
엄연히 양부모가 건재 하는 일생을 평안하게 영위하는 갑남을녀에 비하여 편모슬하에서 자라는 운명을 극복하는 위인들을 바라보는 당신의 마음 또한 경의와 부러움으로 가득하리라. 말 없이 사라지는 우리들의 보잘것없는 아버지들을 향한 사랑이 가득한 눈매로.
© 서 량 2009.06.21
--뉴욕중앙일보 2009년 6월 24일에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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