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얘기

|환자얘기| 케인의 고백

서 량 2009. 4. 8. 05:59

 38살의 훤하게 잘 생긴 금발의 백인 케인(Cain)은 아내 제니퍼(Jennifer)와 결혼한지 올해 10년 째. 파란곡절이 많은 사주팔자를 타고 났는지 걔는 20대 초반에 헤로인 중독에 빠졌다. 마침 또 제니퍼도 같은 헤로인 중독이여서 둘이서는 마약 중독자 치료소에서 만나 기꺼이 서로를 힘껏 침범하고 금방 결혼을 했다는 스토리야. 이거 뭐야, 하면서 미리부터 당신은 지루해 할지도 몰라. 사실은 나도 좀 그래.

 

 하여튼 케인과 제니퍼는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하나 낫지. 나도 그 놈을 본 적이 있는데 애비를 쏙 빼 놓았어. 티브이에서 애들이 좋아하는 과자 광고에 나올 만한 잘생긴 얼굴 있지. 그런 잘생긴 다섯 살짜리 얼굴이 어떤 모습인지 당신 알아?

 

 그런데 이 부부는 작년에 둘이서 다시 같이 마약을 시작한 거야. 옆집에서 아동복지국에 보고를 한 결과 득달같이 조사가 나오고 이런 부모 밑에서는 애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는 판결 때문에 죄 없는 애는 멋모르게 양부모 밑에서 한동안 자랐지.

 

 아기를 빼앗긴 케인과 제니퍼는 그때 크게 아차! 한 거지. 내 말 오해하지 말아요. 걔네들이 아차! 하는 소리를 내가 직접 듣지는 못했어.

 

 케인과 제니퍼는 열심히 마약중독 치료소에 6개월을 다닌 후 다시 법정에서 정상적인 부모가 될 수 있다는 판결을 받고 아들을 키울 자격을 얻었어. 둘 다 형편상 내 환자였고 둘 다 비싼 약을 정부 혜택으로 처방 받아 겉으로 보면 아주 멀쩡하게 잘 지내는 거야. 내 얘기가 어때. 해피 엔딩 같지? 그러나 당신도 알다시피 그런 껄렁한 해피엔딩이 어디 있니.

 

 오늘 아침에 케인을 봤는데 그놈의 자식이 뭐라 했는지 알아? 일 주일 전에 지가 제니퍼한테 이혼하자고 했다는 거야. 케인이 재생의 길을 걷는 동안 정부청사에서 청소부로 일을 했는데 저 보다 18살 위 몸매 날씬한 연상의 56살 이혼녀하고 눈도 맞고 배도 다른 데도 맞았다는 거야. 내 애기가 좀 잡스러워서 당신에게 대따로 미안해. 사실이 그런 걸 어떡하냐구.

 

 진정 삶이란 잡스러운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을 굳힌지 나는 이미 오래야. 그러니 당신은 그렇게 말도 안돼게시리 그렇게 내 앞에서 우아한 척 고상한 척 하지 말아요. 당신도 은근히 궁금하지, 제니퍼 몸무게가 몇 파운드인지? 거진 400 파운드라면 믿을 수 있겠어?

 

 

© 서 량 2009.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