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인터넷에 잡힌 꽃***

서 량 2009. 4. 14. 21:50


      인터넷을 쏘다니다가
      거무칙칙한 돌에 뿌리를 박고
      호젓하게 서 있는 벌레잡이제비꽃을 보았다


      바람이 구름 품 속을 파고 든다

      벌레잡이제비꽃은 초록색 바람 하나만으로

      일단 만족하는 기색이다

      벌레잡이제비꽃은 다섯 개의 손가락을 활짝 펼쳐
      핑크 빛 요술로 나를 장악한다

      나는 벌레잡이제비꽃이 펼치는

      극심한 전자파장에 감전된다

       

      슬며시 눈을 뜨고 보니
      벌레잡이제비꽃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초록색 바람 하나만으로 벌레잡이제비꽃이 일으키는

      전자파장 열풍의 소용돌이에 나 또한 일단 

      오래 갇혀있을 생각이다 


      © 서 량 2009.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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