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소란스런 대웅전**

서 량 2009. 2. 25. 06:33


      내가 뭐랬어 대웅전이
      시끌벅적할 거라 했어 안 했어
      특히 이맘때 꽃 피는 봄쯤에는
      휘청대는 오백나한의 그림자들이며
      십자가에 흥건한 피 비린내가
      그리고 깊은 산 속 법당의 괴괴한 정적이
      당신 맘을 들쑤실 거라 했어 안 했어
      계곡에 부는 봄바람도 봄바람이지만
      팥빙수보다 달고 살가운 벽계수가
      보나마나 석탑 근처에 재잘재잘
      흐르고 있을 거라 했어 안 했어
      나중에는 또 내가 뭐랬는데
      당신의 원칙을 윽박지르는 한자(漢字)가
      이무기처럼 용천지랄을 치는
      대웅전 앞에 서서 나하고 나직하게
      반말을 주고 받다가 별안간
      둘 다 끽소리 없이 머리를 조아릴 거라고 
      겁먹은 얼굴로 말했어 안 했어


      © 서 량 2009.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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