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오늘을 취조하는 형사들이
코트 깃을 세우고 어두운 어제를 탐색한다 기필코
사건의 진상을 밝히겠다는 그들은 진작에 바람의 DNA와
솔잎 몇 점과 당신의 머리칼 하나를 비닐 봉지에 넣어
국립과학원에 수사의뢰를 한 바 있다
누군가 말한다 "혹시 희생자가 범인이고 가해자가 희생자라면
어떡합니까?" -- 수사반장이 응답한다
"물적 증거를 대야 해 사랑의 진면목은 추측으로만은 안돼!"
눈매 날카로운 강력계 형사들이 디카로 사진을 찍는다
들꽃이건 잡초건 돌멩이건 사람 몸의 변화건 두뇌활동이건
닥치는 대로 디카 셔터를 누른다 그들은 당신 마음 속
가장 살벌한 곳을 향하여 플래시를 번쩍번쩍 터뜨린다
끝내 범죄를 밝히고야 마는 빛, 빛의 핵심이 춤을 춘다
© 서 량 2007.09.21
-- 월간 시지 <우리詩> 2009년 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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