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기축년을 위한 두 개의 신년시

서 량 2009. 1. 2. 22:58
        고개를 힘차게 들고
        --- 서울대미주동창회보 1월호 표지시

        겨울이 막바지를 지나고

        관악구 신림동은

        총명하고 부드러운 능선이다

         

        종로구 연건동에도

        Veritas lux mea

        진리는 나의 빛, 진리 말고 친구여

        이보다 무엇이 더 밝겠는가

         

        동짓달 기나긴 밤 홀연히 사라지고

        눈부신 기축년이 왔는데

        서울이 부스스 깨어나

        흥겹고 반가운 미소 눈에 흥건한데

         

        황소가 세차게 뛰어온다

        늠름하다 눈을 부릅뜨지 않아도

        저 기세 등등한 몸짓을 보아라

        우유 빛 암소도

        저렇게 온화한 발걸음인 것을

         

        민주화를 위한 항쟁은

        이제 아주 없다

        이념에 휩쓸리지 않는 지혜로

        불끈 떠오르는

        저 기축년 태양을 보아라

         

        지구촌을 주름잡는

        우리의 위상은 어떤가

        미대륙을 뒤흔드는 우리의

        옹골찬 위력 또한 어떤가

        우리들이여 고개를 힘차게 들고

        희망 속으로 뛰어들리

        희망보다 더 높이 날아가리

         

        © 서 량 2008.12.25

        기축년의 일출을 위하여
        --- 서울대 동문 카페

        지난  무자년에 당신은

        얼마나 신랄한 세상을 맛보았는가

        지구촌 온난화의 위기에 대하여

        얼마나 불온한 웃음을 흘렸던가

         

        신년벽두 동해의 잔물결을 헤치고

        불끈 솟는 독도 부근의 태양을 보라

        모국과의 시차를 염두에 두고

        시시때때 당신이 확인하는

        동방의 기색을 살펴보라

         

        어떤가 올 기축년에는

        억세고 끈질긴 황소의 기세에

        대뜸 몸을 맡길 수 있겠는가

         

        우주의 의도에 응답하기 위하여 당신은

        새해에도 열렬히 몰입하리니

        일출을 부추기는 저 찬란한 동해의 출렁임에 

        전심전력으로 충일한 얼을 던지리니

         

        © 서 량 200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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