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몸풀기

서 량 2008. 12. 24. 15:55

       

      꽁꽁 얼어붙어
      수정 빛으로 번득이는 고드름
      끄트머리부터 끊어지거나
      뜨겁게 녹아 떨어지거나
      온순한 격정으로 아무런 상처 없이
      전신이 떨리는 추위,
      추위에 턱까지 떨리네

       

      이빨이 따각따각 부딪히는 초저녁 
      눈발이 휘날리네 희끗희끗, 미쳤어
      정말, 이리와, 가까이 와서 몸을 풀어 봐 
      시계의 분침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려
      서머타임이 거듭거듭 해체되면서
      해체, 해체, 해체, 해체, 해체, 해체
      꽁꽁 얼어붙은 당신의 시간을
      풀어, 풀어 줘, 풀어 봐요
      은빛 비늘의 비명이 은은히 흩어지네
      아늑한 체온, 겨울 바다 건너 쪽으로


      © 서 량 200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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