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지구의 미련

서 량 2008. 12. 15. 16:41

        

      먹구름 사이를 뚫고
      가녀린 눈썹 달이 눈웃음을 치며 지구를 
      당기고 있다네 달도 지구도 밤낮으로
      서로를 힘껏 끌어당기고 있다네
      헐벗은 겨울나무 땅 속에 깊이
      잔뿌리를 내리는 막무가내 고집이라네
      지구 핵심에서 뜨거운 화염을 뿜으며
      조잡한 흙덩이가 나무의 올곧은 목숨을 
      기어이 살리고야 마는 힘이였다네
      우주 사방에 숨을 몰아 쉬며 반짝이는
      유성들이 제각기 미련, 미련, 미련들을 품고
      전신을 지글지글 태웠다네
      으스름 겨울 달밤 희미한 빛 속에 몸을 담고
      지구가 상반신 인간과 하반신 짐승으로 잠시
      반신욕을 하는 동안 일어난 일이라네

       

      © 서 량 2008.12.15

''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몸풀기  (0) 2008.12.24
|詩| 숨쉬기 혹은 박자 맞추기  (0) 2008.12.18
|詩| 겨울 음악  (0) 2008.12.10
|詩| 별들의 혼성합창  (0) 2008.11.19
|詩| 가을 보내기  (0) 2008.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