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겨울 음악

서 량 2008. 12. 10. 00:54

 

하늘이 우중중한 회색 빛으로 내 머리를 짓누르는 겨울 아침에 베토벤 열정 소나타 3악장을 듣는다 국도 87번이 뉴욕 남북으로 줄기차게 뻗은 하이웨이가 나를 관통한다

 

겨울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내가 열 살을 갓 넘어 앞마당 장독대 새파란 하늘 반들반들 비치던 간장 항아리 그 칠흑 같은 굴절의 삐딱한 각도가 하여튼 지금도 좋아라 가녀린 민들레 꽃줄기 여고생 당신 야들야들한 허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칠까 말까 고추장 고드름 아프게 뾰족하게 맴맴 내가 몸을 이리저리 비트는

 

뉴욕 하늘 완벽한 회색 빛 이게 내 유년기 하왕십리 지나 행당동 겨울이라면 눈비 질금질금 쏟아지다가 돌 축대 쿵 무너져 내리던 행당동 언덕길이라면 여기가

 

©서 량 2003.02.03 - 200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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