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많은 지지자들이 승리의 기쁨에 취하여 서로 섹스를 한 결과 향후 9개월 후에 산부인과가 붐빌 것이라는 뉴스미디어의 보도가 있었다. 온라인 미국 속어 사전인 어번 딕셔너리(Urban Dictionary)에 이미 'Obama baby'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그 뜻을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나눈 섹스를 통해 임신된 아기'라 풀이했다.
거액의 복권에 당선되고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람들의 사례가 허다하다. 기쁨이건 슬픔이건 우리는 과도한 감정을 이겨내지 못한다. 911 테러 직후에도 뉴욕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사랑으로 달랬다 해서 ‘테러 섹스’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사람이 너무 기뻐도 죽고 공포에 시달려도 성욕이 솟다니. 셰익스피어가 햄릿에서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다'라 했지만, 약한 자의 이름은 정녕코 인간인 것을.
엊그제 흑인 여자환자가 'I am all jacked up'이라 하더라. 이때 ‘jacked up'은 흥분했거나 긴장했다는 뜻. 사람은 누구나 흥분하면 긴장하고 혹은 발기한다. 어쨌거나 1218년부터 양키 남자이름으로 쓰이기 시작한 'Jack'는 참으로 이상한 사연의 변천과정을 겪는다.
'jackass'는 멍텅구리. 'jack shit'은 우리말로 '쥐뿔'이나 '개똥'이라는 뜻. 칼날이 철컥 튀어나오는 흉기도
'jack-knife'. 할로인데이에 호박을 잘라 만든 도깨비의 상징을 'Jack o’lantern'. 상자 뚜껑을 열면 주먹이 불쑥 튀어나와 사람을 간 떨어지게 하는 장난감을 'jack-in-the-box'라 하고 'Jack Frost'는 엄동설한의 인정사정 없는 동장군(冬將君)이라는 뜻. 그리고 낯 뜨겁게도 'jack'는 1916년경 미국영어에서 남자의 성기를 지칭하는 슬랭이 됐다.
당신은 '재크와 콩나무 (Jack and the beanstalk)'라는 영국 동화를 기억하는가. 아버지 없이 가난하게 어머니와 함께 젖소 한 마리로 연명을 하다가 재크는 급기야 소를 팔려고 시장에 간다. 한 노인이 소를 사겠다며 돈 대신에 콩 몇 알을 주고 이상한 예언을 한다. 재크는 집에 와서 콩을 마당에 심는다. 이튿날 아침 콩나무가 구름을 뚫고 하늘까지 뻗어 올랐고 재크는 호기심에서 그 나무 줄기를 타고 하늘로 하늘로 한없이 올라간다.
하늘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이 살고 있었다. 재크는 거인의 부인한테 잘 보여서 다행히 잡아 먹히지 않고 그 집에서 황금도, 황금알을 낳는 암탉도 훔치고 나중에는 황금 하프(harp)도 훔치려다 하프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바람에 거인에게 들켜서 스릴만점의 추적을 받는다. 재크는 얼른 콩나무 줄기를 타고 내려와 엄마에게 도끼를 달라해서 콩나무를 찍어 쓰러뜨린다. 그리하여 거인은 나무에서 떨어져 죽고 재크와 어머니는 여생을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이 동화에서 재크는 로빈 후드나 우리 전설의 홍길동, 임꺽정, 일지매처럼 용감무쌍한 의적으로 군림한다. 그리고 거인은 왕이나 현대의 대통령, 즉 권력층으로 해석된다. 대체로 빼어난 서민의 영웅은 지배층의 권력을 끝내 패배시키는 법이다.
오바마는 현대의 영국 동화 주인공 재크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미국 역사상 노예에서 출발한 흑인의 한을 품고 백인이라는 거대한 지배층의 부(富)를 훔쳐서 모국의 가난을 그는 극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아프리카의 케냐라는 흙에서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콩나무에 매달려 거인 왕국을 향하여 기어오르는 오바마의 안간힘을 눈 여겨 보게 될 참이다. 그리고 누군가 말할 것이다. “He is all jacked up!”
© 서 량 2008.11.09
--뉴욕중앙일보 2008년 11월 13일에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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