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여우 이야기**

서 량 2008. 10. 21. 22:00

       

      여우는 순 시각현상이래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여우는

       

      코스모스도 함박꽃도 다 변덕쟁이라던데
      여우를 놓고 빗물 듬뿍 머금은
      구름들하고 팔 다리 몽실몽실한 로마 신들이
      오래 전 서로 눈짓을 주고 받았대
      "여우를 어쩌지?" 하면서

       

      화창한 대낮에 간간 비가 펑펑 쏟아졌다
      구름이 한눈을 파는 동안 햇살은 햇살대로
      피부를 보호하는 비타민 D를 자꾸 살포해서
      매끈한 여우 피부를 간질였다

       

      여우 꼬리가 바람에 물결치네

      말 못하는 가을도 시각현상에 지나지 않는대 
      옛날에 신발에 날개를 달고 사방으로 쏘다니던
      성미 다급한 로마 신들이 불여우 같은 여우들하고
      눈웃음을 주고 받은 결과가 바로 이거래



      © 서 량 2008.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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