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길 만길 발 밑
지구 깊은 내부에
듬직한 막대자석이 버티고 누워
힘껏 잡아끄는 중력에 나는 쏠린다
대한항공기가
태평양을 횡단하는 한밤에
촘촘한 해상도로 컴퓨터 모니터의 파도는
듬직한 막대자석과 맞붙어 치고 박고 싸운다
물결 세차게 출렁이는 지구 위에
내 어릴 적 비행기과자 모양의
조그만 비행기 하나 달랑 떠서 꼼지락거린다
달팽이보다 더 더디게
그러나 한치도 틀림 없이
담요로 몸을 덮고 직진하는
나는 비행기와 한 몸이다
눈을 질끈 감은 채
순순히 중력에 복종하는 낙엽이다
천길 만길 암흑 속 깊은 지구 내부에
듬직한 막대자석이 버티고 누워
나를 힘차게 잡아끈다
농익은 단풍 색
새빨간 비행기 몸체가 보인다
나와 비행기는 둘 다
오로지 앞으로만 질주하는 낙엽이다
© 서 량 200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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