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8월 말 미루나무를 위한 윤도현 식의 랩(rap)

서 량 2008. 8. 31. 09:05

 

 

 경상도면 어떻고 충청도 전라도면 어때 당신이 좋아서 죽고 못사는 미루나무가 8월 말에 몸부림을 친다 진저리를 쳐요 진저리 진저리 진저리 쿵쿵 짝짝 짝짝 쿵쿵 이건 뽕짝이 아니야 중모리 엇중모리 에헤라 미루나무의 특기는 추임새를 넣는 거래 미루나무의 허무맹랑한 템포가 여간 즐겁지가 않아 봄밤에도 가을 새벽에도 기쁨에만 눈이 벌건 당신 귀뿌리가 화끈하도록 슬퍼진다는 데야 남남북녀 남남북녀 쿵짝 짝쿵 남녀북남은 어때 당신이 좋아서 죽고 못사는 남도여자들을 다 어디에 갖다 버리고 남남북녀가 뭐야 남남남녀는 안 되라는 법이 어디 있어 중남중녀도 좋대 중남남녀 자진모리 중모리 중중모리 중남남녀 남남남녀 북남북녀 죄다 괜찮아 늘 남녀는 8월말 샛노란 달 덩어리만큼 깔끔하고 풍성해 그림처럼 눈웃음 치는 평양기생이 대단하다는 데야 타향살이 진절머리 중모리 엇중모리 아무리 고향이 들입다 그립다 해도 그래도 그렇지 미루나무가 재빠르게 랩을 하고 있지 숨차 금방 숨이 넘어갈 것 같아 어디 하고 싶은 말을 마음 놓고 다 해봐 갈 데까지 가봐 우와우와 와우와우 나뭇잎들이 살랑살랑 8월말 바람 기운에 힘입어 백랍처럼 희디흰 팔을 좌우로 뒤흔드네 가을 숲 갈대처럼 영어인지 한국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 서 량 2008.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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