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컬럼| 51. 나쁜짓 하기

서 량 2008. 7. 2. 08:13

 'do'는 우리말로 '하다'라는 뜻. 영어에서 쉽게 자주 쓰이는 말이지만 그 의미는 실로 복잡다단하다.
 
 'do'는 사실 알고 보면 나쁜 뜻 투성이다. 서구적 사고방식의 역사적인 변천사라 할 수 있는 'do'의 나쁜 뜻이 파생된 연대 순위를 문헌을 조사해서 정리 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괄호 속의 숫자는 처음으로 그 뜻이 생겨난 연도를 뜻한다. 이 말들은 현대영어에 아직도 고스란히 쓰이고 있다.

 

 1. 죽이다(1350): They did all the guards first: 그들은 우선 경비원들을 다 죽였다(해치웠다).
 2. 넘어가다(1641): The nerd was easily done: 그 얼간이는 쉽게 넘어갔지.
 3. 감옥살이하다(1860년 대): He did ten years: 그는 10년을 감옥살이 했어.
 4. 성교하다(1873): Did you do her?: 너 그 여자하고 했냐?
 5. 똥(오줌)싸다(1920년 대): Did you do it in your pants?: 너 바지에 똥쌌니?
 6. 마약을 하다(1960년 대): He must be doing cocaine: 그놈은 코카인을 하는 게 틀림없어.

 

 참으로 해괴한 일이로다. 과거 육백여년 사이에 ‘하다’ 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의도적인 ‘행동’을 묘사하는 동사(動詞)에서 어찌 이렇게 이상야릇한 뜻들이 나왔는가.

 

 차제에 상기 역사의 흐름을 다시 종합분석해서 다음과 같은 결론에 얻었음을 설파하고자 한다.

 

 'do'의 뜻:
14세기: 서로 죽이는 일.
17세기: 서로 사기치고 속이는 일.
19세기: 법에 의하여 살인자들과 사기꾼들이 감옥살이 하는 일. 생존의 우려가 없어진 마당에서 드디어 양키들이 성교를 하기 시작한 것일까. 양키 만세!
20세기: 이성과 성교하느니 보다는 혼자서 고독하게 배설과 마약을 하는 일. 이쯤해서 양키들은 독하게 고독해진다.

 

 너무 비관적인 말만해서 당신에게 무척 미안하다. 물론 'do'에는 중립적이고 긍정적인 뜻도 많이 있다. 내 말을 믿어 줘요. 음식을 먹는다는 뜻으로도 'do'를 쓴다: 'Let’s do lunch sometime(언제 점심 한번 같이 합시다)' 그리고 'do'에는 '좋다'는 뜻도 있다: 'That will do (그거 좋습니다)'.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당신은 행복이 충만한 얼굴로 당신 결혼식 때 신(神)을 대변하는 목사님 앞에서 'I do'라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방금 내린 서구의 의식구조 변천사를 살펴보면 은근히 슬퍼진다. 신경이 예민한 당신 또한 '하다'가 품고 있는 부정적이고 저속한 뜻이 우리말에도 많다는 사실을 이미 눈치 차렸겠지. 상기 예 중에 4번을 보시라. 누구하고 했다는 말은 즉 성교를 했다는 뜻이 아닌가. 1번의 예에서도 ‘해치웠다’는 누구를 죽였다는 말이다. 무슨 연고로 성교와 살인이 같은 뜻으로 쓰이는가.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죽여야 한다는 말인가.

 

 도대체 ‘하다’라는 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렇듯 저열하고 비속한 인간의 속성만 들어내놓고 있다. 양키건 우리들이건 인간으로서 무엇을 '한다'는 것은 늘 그렇게 생명을 불태우고 소비하는 어두움과 막중한 절망을 내포하고 있는 법이리니.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다. 옛날 중학교 시절에 우리들 '콩글리시'로 '갈 사람은 가고 있을 사람은 있어라'를 'Go man go, is man is'라 했듯이 '해도해도 너무하다'를 당신은 어떻게 영어로 말할 것인가. 'Do and do, too much do'라고? 킥킥.


© 서 량 2008.03.30
--뉴욕중앙일보 2008년 4월 2일에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