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마르티니(Jean Paul Martini 1741 - 1816)가 작곡한 <사랑의 기쁨>이라는 노래를 기억하겠지. 'Plaisir d'amour'라는 노래. 'plaisir'는 고대 불어에서 ‘기쁨’이라는 뜻이었고 영어의 'please' 혹은 'pleasure'와 그 말 뿌리가 같다.
14세기 초엽에 라틴어의 'placere'는 현대어의 'please'의 전신으로 '동의(同意)하다(agree)'라는 의미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기쁨은 서로 마음을 같이하는데 있었다. 기쁨이란 돈이나 권력보다는 서로 같은 생각을 하는데 있다.
'플리즈'와 발음이 비슷한 '플리드(plead)'는 13세기 때는 '법정에 가다'라는 뜻이었다. 이쯤해서 당신은 고개를 갸웃갸웃하면서 생각해 볼지어다. 어찌해서 '기쁘다'는 말과 '법정투쟁'이라는 어원이 같다는 것인가.
법정에 가는 이유는 일견 서로 싸우러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잘 생각해 보면 서로간 동의를 얻기 위해서 가는 것이다.
그 시대에 'plea'는 '소송'이라는 뜻이었다. 당신은 재판소에 가서 기뻐하는 사람을 눈에 그릴 수 있는가. 사실 사람들이 법정에 가는 이유는 상대방의 코를 납작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서로간 동의를 하기 위하여 우리는 좋은 옷을 골라 입고 판사 앞에 나서는 것이다.
전쟁도 마찬가지의 의식구조를 조성한다. 전쟁은 상대 국가를 죽이기 위해서 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간에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 일어나는 인간과 인간과의 뼈아픈 교섭인 것이다.
'동의(同意)'는 옥편에 '같을 동', '뜻 의'로 나와 있다. 같다는 게 무어길래. 영어 속담에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라는 말이 있다. 사자성어로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 한다. 순수한 우리말로는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하지.
'please'는 우리말 사전에 '부디; 제발; 아무쪼록'이라고 나와있다. 영어의 'please'는 'if you please (기쁘시다면; 기분이 좋으시다면)'이란 말을 줄여서 하는 말이지만 우리말은 그 초점이 자기 자신한테 있는 것이기 때문에 좀 남세스럽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동의를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agree'는 14세기에 고대 불어로 '호의(good will)'이라는 뜻이었다. 같은 말 뿌리에서 'grace (우아함)'라는 말도 파생된 것이다. 상대에게 호의를 품으면 사람이 우아해지는 법이다.
한자의 좋을 호(好)를 옥편에서 찾아 봤다. '계집 여 변'에 '아들자'. 여자가 아들을 업고 있을 때의 무드가 어릴 적 중화반점 주인이 자주 하던 '띵, 호아' , 즉, 좋다!는 뜻이었다. 여자가 남자와 같이 있을 때 기분이 좋다는 뜻으로도 광범위하게 해석할 수 있겠다.
'please'와 첫 발음이 같은 'play'는 또 어떤가. 고대 영어로는 'plegian'이라 했다. 그 뜻은 기뻐하고, 뛰어다니고, '논다'는 뜻이었다. 'play'에는 또 음악을 연주한다는 의미도 있다. 음악은 곧 기쁨이다. 그리고 '자기와 놀다'라는 의미의 'play with oneself'가 '자위행위'라는 뜻으로 처음 쓰인 것은 1896년. 'playboy'처럼 플레이에 본격적으로 성적(性的)인 의미가 가미된 것은 1954년부터였다. 이쯤해서 우리의 인생은 종족보존의 본능대로 섹스가 충만한 삶이라는 것에 대하여 당신도 동의할 수 있겠는가?
섹스 스캔들로 인하여 엊그제 스스로 사임한 우리의 부끄러운 뉴욕 주지사, 하바드 법대 출신인 엘리엇 스피저 (Elliot Spitzer)도 결국 그토록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던가.
© 서 량 2008.03.16
--뉴욕중앙일보 2008년 3월 19일에 서 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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