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형식주의자에게*

서 량 2008. 5. 30. 14:42

 

사소한 겉치레보다
더 엄숙한, 말하자면
신(神)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당신의 본심이 마음에 들었다
호수 밑바닥만큼이나 내밀한 본심

 

형식에는 늘 한계가 있대요
곧잘 변덕을 부리는, 형식은 봄바람에
분분히 날리는 꽃잎처럼 속절없어요
화려하지만 덧없이 화려하겠지만

 

유행에 맞는 꽃무늬 원피스보다야
반듯한 보름달 교교한 달빛 같은
당신의 본심이 내게는 더 짜릿하다
형식주의자인 척하는 당신이
스스로 내막을 쏟아내는 걸 
아까부터 눈여겨보는 동안


© 서 량 200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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