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내내 아침 7시 반에 그리고
저녁 5시 반에
서재 밖 떡갈나무 변성기를 금방 넘은 푸릇푸릇한
나뭇가지 그림자 속에서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운다 기쁘게 노래한다 매일 같은 새 한 마리
왜? 왜? 왜?
하며 월츠로 나오다가 왜? 왜? 왜? 왜? 하며
위풍당당한 행진곡 박자로 나를 짓밟는다
이조 시대라면 저 새 소리가 왜? 왜? 왜?라기 보다
꾸르륵, 꾹꾸르륵으로 들렸을 거야 얼마나 선비다워 저 소리
저 새는 내가 누군지도 어디 출신인지도
모르면서
어쩌다가 내 서재 가까운 떡갈나무 가지에 앉아
저토록 내게 콕콕 찌르는 질문을 하는가
바다 건너 끼익끼익 답변하는
또 다른 새 소리에 아랑곳 없이 계속 묻는가
왜? 왜? 왜?
너는 그때 왜? 왜? 왜? 왜?
내가 이제 와서 무슨 대답을, 무슨 변명을 할 수 있겠느냐
© 서 량 200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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