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도록 참신한 표현을 하겠다는 결심도 무너지고 나는 이제 좋아 뵈는 시와 좋아하는 시인을 흉내내려 한다. 전에도 목에 핏대를 올리고 말한 적이 있지만 예술은 모방이다. 화려한 꽃들도 어마어마한 나무들도 소문난 도둑들도 유명한 시인들도 성실한 의사들도 조지부시도 이명박이도 다 서로 흉내내는데 바쁘다.
호랑나비건 노랑나비건 꿀같은 꽃물이 좋으면 기어이 그걸 흡수해서 자기들 피와 살이 된다 했잖아. 그래서 나도 당신의 좋은 시상을 내 피와 살로 만들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다.
그러니 표절시비를 걸지 말아 다오. 아, 물론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복사한 시도 여러 번 봤다. 어떤 미친 놈이 내 시를 그렇게 하는 장면도 몇 번 목격했다. 아마 지금도 한밤에 벌떡 일어나 그러고 있을지 몰라. 오죽했으면 그런 절도행위를 할까. 시 도둑이야! 저놈 잡아라! 흣찻차 흣차, 흣찻자 흣차, 하하하. 나도 남의 시에서 자주 단어를 한둘 훔쳐 온다. 누가 봄에 대해서 시를 쓰면 나도 봄에 대해서 시를 쓴다. 당신이 한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듯이 우리 모두가 봄을 공유하고 있어요.
누가 바닷가에서 김이 펄펄 나는 찐 소라를 잘 드는 칼로 서걱서걱 잘라서 초고추장에 폭폭 찍어 먹는다면 나도 그 자리에 합세하고 싶다. 남과 내가 좋아하는 그 공감대에 잠입하고 싶은 거다. 그런 당신과 같이 놀고 싶다. 마음껏 놀아나고 싶다.
© 서 량 2008.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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