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왜, 왜, 왜?***

서 량 2008. 4. 26. 09:13

 

4월 내내 아침 7시 반에 그리고 저녁 5시 반에
서재 밖 떡갈나무 변성기를 금방 넘은 푸릇푸릇한 
나뭇가지 그림자 속에서 이름 모를 새 한 마리
운다 기쁘게 노래한다 매일 같은 새 한 마리
? ? ? 하며 월츠로 나오다가 왜? ? ? ? 하며
위풍당당한 행진곡 박자로 나를 짓밟는다

 

이조 시대라면 저 새 소리가 왜? ? ?라기 보다
꾸르륵, 꾹꾸르륵으로 들렸을 거야 얼마나 선비다워 저 소리

 

저 새는 내가 누군지도 어디 출신인지도 모르면서
어쩌다가 내 서재 가까운 떡갈나무 가지에 앉아
저토록 내게 콕콕 찌르는 질문을 하는가
바다 건너 끼익끼익 답변하는
또 다른 새 소리에 아랑곳 없이 계속 묻는가
? ? ? 너는 그때 왜? ? ? ?

 

내가 이제 와서 무슨 대답을, 무슨 변명을 할 수 있겠느냐


© 서 량 2008.04.25

''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광물왕국*  (0) 2008.05.02
|詩| 맥박에 대한 극심한 유추  (0) 2008.04.30
|詩| 어둡고 화려한, 그런 꽃 같은***  (0) 2008.04.23
|詩| 봄의 광끼*  (0) 2008.04.19
|詩| 다른 시인을 모방하다  (0) 2008.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