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수다, 담론, 게시

|잡담| 어제와 오늘 사이

서 량 2007. 12. 4. 06:12

 

어제는 겨울 들어 두 번째로 눈이 왔다. 그것도 아침에 눈을 뜨니 밤사이에

폭삭 눈이 쌓였고 오전 내내 촘촘한 싸락눈이 백설기 가루처럼 뿌연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어. 저 정도 쌓였으면 잘하면 2,3인치는 되겠다 했지.

눈 치우는 애들은 3인치가 넘어야 영차영차 제설차를 몰고 오는 형편.

 

오후에 눈이 그쳤다. 2,3인치의 눈이 다음날 아침에 얼어 붙거나 하면

골치 아프지. 마침 또 우리집은 드라이브웨이가 아주 긴데다가

경사가 좀 나 있거든.  약간 고민을 하다가 월요일, 오늘, 출근할 때

차가 헛바퀴가 돈다거나 하는 걸 방지하는게 신상에 이롭겠다 한거지 뭐야.

 

드라이브웨이에 눈을 꼼꼼하게 치우는데 근 한시간이 걸렸어. 다행인게

2,3인치 정도니까 눈치우는 넓은 삽으로 쭉쭉 밀어서 드라이브웨이 옆으로

쌓아 놓았지. 크게 힘들지 않았어. 게다가 심리적으로 다음날 아침

출근을 위해서 차분하게 준비를 하는 자신이 대견스럽고

믿음직하다는 생각까지 했거든. 그러니까 기분이 아주 좋더라구.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밖을 보았지. 그랬더니 웬걸

밤사이에 기온이 부쩍 올라갔기 때문에 치우지 않은 눈까지 거진 다

녹아있는 거 있지. 눈이 흐물흐물 녹아 있을 때의 그 구질구질한,

액체도 아니고 고체도 아닌 이상한 상태, 당신 알아?

질척질척한 눈. 팥빙수가 다 녹았을 때 같은 상태.

 

어제 한 시간동안 애써 눈을 치워 놓지 않아도 될걸 그랬어.

그게 뭐 그렇게 억울하다는 말은 절대 아니구. 아, 이게 바로

헛수고라는 거구나 하는 느낌이었어. 그러고 보니까 어제 아침 일기예보에서

밤사이에 기온이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하는 말을 무심코 들은 생각이 났지.

 

어때 내 얘기 재미있어? 지루하고 별로지?

근데 왜 이런 껄렁한 얘기를 당신한테 하지, 나?

 

사무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거리에 이제 눈은 약에 쓸려고

찾아 봐도 없다. 그 대신에 오늘은 바람이 몹씨 분다.

이렇게 심하게 부는 겨울바람은 나를 좀 설레이게 하면서도

무언지 모르는 막연한 불안감을 불러일으켜요.

 

이제 퇴근할 시간이 가까워 오는데 오늘은 일찍 집에 가야 되겠어. 

 

 

© 서 량 200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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