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에서 1년 사이에 초등학교 1학년을 세 군데에서 학교을 다니가다
2학년때 광주 서석초등학교 2학년으로 전학을 간 거야.
몇 개월 전에는 전교생이 피난학교 천막 속에서 12명이었던 시절을 마감하고
당시 광주 서석초등학교는 전교생이 6천명이 넘었다 이거지. 정말 정신이 없었어.
전학간 바로 그날 2학년 2반 반장을 하던 애가 방과 후에
자기 집에 같이 가자면서 지 가방을 들어 달라는 거 있지. 경상도 촌놈이
반장, 국가로 치면 대통령이 내게 관심을 주는 게 좋아서 대뜸 그러자고 했지.
한 10분 정도의 거리를 그 놈은 영화 주인공처럼 의기양양하게 걷고
나는 내 가방을 오른쪽 손 그놈 가방을 왼쪽이 들고 약간 겸연쩍어하며
걸었다. 예상대로 그놈 집은 으까번쩍한 한식집. 게다가
얼굴이 곱상한 식모가 눈웃음을 치며 걔를 반겼지.
이 놈은 그 눈매 고운 식모를 보자마자 지 엄마에게처럼 배가 고프다는 거야.
사실은 나도 배가 고팠다. 그때 우리집은 남의 전셋방으로 기억하는데
부엌과 안방 사이가 구분이 없어서 쌀가마니 옆을 튿어
길게 풀러서 그 두 개를 나란히 부엌과 방 사이에 천정에서 늘어뜨린
생활이었다. 쌀가마니 생각 나? 짚으로 엮어서 만든 쌀가마니.
그 눈매 고운 2학년 2반 반장집 식모가 새빨간 홍시를 두 개 들고 나왔다.
나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홍시 하나는 반장 (대통령) 몫이고
다른 하나는 내게 주겠지 했거든. 저도 양심이 있지. 근데 그 섹시한 식모가 홍시 둘을
그 놈에게만 주는 거야. 그랬더니 글쎄 이놈이 그 말랑말랑한 홍시를 내 앞에서
하나를 야금야금 먹더니 다른 하나마저도 지가 먹는 거야.
그러면서 나 보고 고만 가라는 거 있지.
나 사실 홍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당신만 알아 둬요.
그 이후로 나는 누가 내게 홍시를 권해도 절대로 홍시를 먹지 않는다.
참 나도 나지. 사실 나 이렇게 째째한 사람인줄 당신 몰랐지?
나 이런 사람이야. 이제 와서 당신이 이런 이유 때문에 날 싫어해도 할 수 없어요.
© 서 량 2007.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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