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얼마 전에 한국 티비 연속 드라마의 특징에 대하여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
아래에 지적한 5가지 특징을 갖추면 그 연속 드라마가 흥미진진하다는 거야. 당신 내 말 잘 들어 봐.
1. 대 가족: 최소 3대 잘 하면 쪼무래기 애들까지 합쳐서 도합 4대 정도가 나와야 된다는 거야.
늙으신 할머니 할아버지 혹은 둘 중에 살아남은 한명. 그 밑에 늙수구레한 결혼한 자식부부.
그리고 또 그 밑에 젊은 아들과 며누리 부부. 게다가 서너살 짜리 철부지 애라도 나오면 금상첨화다.
이 대가족들은 꼭 식사를 밥상머리에 쭉 둘러앉아서 쭈걱쭈걱 같이 한다.
2. 불륜: 부부 둘 중에 하나 혹은 둘 다 다른 이성과 사랑에 빠진다. 대개는 비밀이 유지되지만
때에 따라서 공공연하게 들어나는 경우도 많대요. 이때 시청자들은 도덕적 비판을
삼가하고 깊은 동정심을 느끼면서 불륜의 관계에 동조하는 심정이 된대. 왜냐하면 다
그럴만한 이유나 피치 못할 사연이 있기 때문이래.
3. 삼각관계: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자가 혹은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서로 경쟁을 하는 거 있지.
이를 테면 큰 회사 같은데서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누가 누구하고 사귀는지에 대하여 눈에 독을
품고 서로 까십만 하는 거야. 회사에서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하는 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연속드라마에
단 한 명도 없어요. 여기에 또 과거의 이성과 현재의 이성이 얼키고 설켜서 엉망진창이 돼.
4. 출생의 비밀: 누가 누구의 자식인지가 밝혀지지 않는 거야. 시청자들은 머리가 좋기 때문에
출생과 부모관계를 분명히 알고 있지만 머리가 나쁜 극중인물들은 뻔할 뻔자를 모르면서 사는 거야.
나는 스토리를 잘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드라마의 구성을 적당히 섞어서 짬뽕하고 이 스토리의
자식이 저 스토리의 얼굴 잘생긴 남녀 옛날 관계에서 태어난 것으로 착각을 하는 거야.
5. 망각: 주인공이나 조연이거나 무슨 교통사고 같은 것이 나서 기억상실증이 일어나는 거.
다섯가지 특징 중에서 가장 드물게 일어나는 테마지. 그도 그럴 것이 교통사고가 일어나서 망각증세가
생기는 게 그리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야. 그래서 요새는 망각증세 보다는 깨끗한 병원 침대에
누워서 의식불명으로 나오는 장면이 훨씬 더 자주 나오지. 물론 이때 장기입원에 대한
입원비 걱정은 절대로 아무도 하지 않아요. 연속 드라마에서는 그 따위 걱정이 문제가 아니야.
그래서 결론은 늘 주인공 남녀의 애정이 승리하는 것으로 끝난다. 한국 부모들은 근데 하나 같이
자식들이 서로 좋아한다 하면 극구 반대를 하는 거 있지. 허우대가 멀쩡한 자식들이
이성이 마음에 들어서 결혼하겠다 하면 "오냐, 그래라~!" 하는 부모들을 좀 봤으면 좋겠는데.
© 서 량 200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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