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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내 죄로소이다

서 량 2007. 11. 11. 10:43

 

나 보다 8살 위 이모가 나 어렸을 적에 나를 많이 이뻐해 줬다구.

이모는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나 고등학교 때 갑자기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지.

당신이 알아도 좋고 몰라도 괜찮지만. 그렇잖아? 친척들 중에

어느날 갑자기 종교에 빠지는 분들이 꼭 있다구.

 

그러던 이모는 나 대학생 시절에 이모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다음부터

점쟁이를 찾기 시작했고 무당을 찾아가서 소원을 빌고 그랬거든.

 

그러면서 이모가 노이로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즉 뭐냐 하면

성모 마리아가 여자이기 때문에 성당에 가다가

자기처럼 마리아를 배신하고 무당에게 가고 그러면 마리아는

꼭 앙갚음을 한다는 거야. 그래서 자기가 마리아의 앙갚음을 받을 거라며

불면증도 생기고 그랬어. 그러면서 이모가 내 앞에서

자기 가슴을 탁탁 세 번을 치면서 "내 죄로소이다"를 세 번 하는 거야.

이거 뭐지? 싶더라구.

 

나중에 우연히 내가 알기로 카돌릭에서 고해성사인지 확실치 않지만

하여간 자기 죄를 뉘우치거나 할 때 라틴어로 "Mia Culpa!"(영어로는 "My fault!")라

세 번 소리친다는 걸 알았다. 뭐던간에 지가 잘못해서 일어난다는 사고방식이지.

 

논리의 비약을 좀 하자면 얼마 전에 노벨 평화상을 받은

개인전용 제트기를 가진 억만장자 전 미국부통령 알 고어에 의하면

지구의 온난화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지구 위에 사람들이 너무

기계문명에 매달리고 차를 몰고 휘발유를 쓰고 해서 그렇게 됐다는 거야.

지구가 점점 더워지는 이유가 우리들 잘못이라는 거야.

 

미아 컬파. 미아 컬파. 미아 컬파. 

내 죄로소이다. 내 죄로소이다. 내 죄로소이다.

당신과 내가 합심해서 지구를 뜨겁게 한다는 사연인데. 헤헤헤.

어때. 믿을 만 해? 그럴 듯 해? 킥킥.

 

 

© 서 량 200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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