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컬럼| 26. 불경스러운 말들

서 량 2007. 9. 25. 05:05

 

'F--k you!'는 미국에 사는 우리들이 심심치 않게 듣는 영어다. 이 표현이 험악한 욕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20년경, 일차세계대전이 끝난 즈음이었다.

 

'F--k me!'는 'x해 줘!' 하는 매우 저속한 말로서 대개는 여자가 남자에게 한다. 이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발언을 ‘Rated R’ 영화에서 깜짝 놀라며 들은 적이 몇 번 있다. 한마디로 양키들의 의사표시는  대담하다.  'F--k you!'가 남녀를 불문하고 친한 사이에 부드러운 억양으로 쓰일 때는 ‘말도 안 돼는 소리 집어 쳐!’라는 뜻이 된다. 쌍소리에 과민한 당신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앞뒤의 문맥을 연구해 볼만한 화법이다.

 

'motherf--ker'는 우리나라의 육이오 사변이 발발한 1950년도에 미국에서 흑인들이 유행시킨 속어다. 우리말로 '지미 x할 놈' 혹은 '니미 x할 놈'이라는 뜻으로, 심한 욕이지만 사실 ‘son of a bitch'보다는 부드러운 뉘앙스를 풍긴다. 이 말은 또 흑인들이 자기들끼리 애정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호칭하는 경우에도 많이 쓰인다.

 

'지미'는 '지 에미', 그리고 '니미'는 '니 에미'의 줄임말. '니기미 x할'의 '니기미'는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우리 뼈저린 삼남(三南) 사투리다. '느그 에미'를 빨리 발음하면서 모음을 ‘이’로 통일하면 바로  그 소리가 난다.

 

현재진행형 'ing'가 붙여진 'f--king'이나 'motherf--king'은 요사이 문법책에서 'intensifier(강조어)'라 불리고 있다. '강조어'란 문자 그대로 화자가 자기 말이 강력하게 들리도록 하는 수법이다. 그래서 어떤 소탈한 성격의 당신 양키 친구가 'Gee, it's f--king beautiful out there today!' 했다면, 그 말은 '아이구, 오늘 밖에 날씨가 우라지게 좋네!' 하는 뜻으로 얼른 알아차려야 한다.

 

기원전 49년,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는 지금 이태리 북부에 위치한 루비콘(Rubicon)강을 횡단하여 로마를 정복하기 하루 전에 자기 어머니를 강간하는 꿈을 꾸고 대경실색을 하면서 예언자를 찾아가 해몽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예언자는 그것이 '땅을 정복하는' 꿈이라며 머지않아 시저가 로마를 통치하게 될 것임을 선언했다.

 

이 줄리어스 시저의 사연 때문에 'cross the Rubicon'이라는 관용어는 대학 졸업자 정도로 언어에 민감한 양키들이 다 아는 숙어로서 ‘단호한 행동을 취하다 중대한 결정을 내리다’라는 의미가 됐다.

 

이씨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1392년 어느 날 서까래 셋을 짊어지는 꿈을 꾼 후 무학대사(無學大師)를 찾아 갔더니 '그것은 임금 왕(王)자를 뜻하노니 앞으로 나라를 다스릴 징조입니다'라는 싱거운 해몽을 받았다는 고사를 당신은 아마 기억할 것이다.  딱딱한 세 개의 목재(木材)가 등을 압박하는 이성계의 꿈에 비하면, 어머니를 소스라치게 강간하는 줄리어스 시저의 꿈이야말로 실로 숨 막히는 대조를 이루는, 양키적인, 너무나 양키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시저의 대퇴근은 섹스에 강했고 이성계 등뼈는 서까래에 강했다.

 

서구의 의식구조는 성적욕구를 충족하는데 있었고 우리의 사고방식은 온 가족이 오순도순 함께 모여 사는 집의 서까래를 중시했던 것이다.  모권제도의 압제를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은 욕구 때문에 흑인이나 우리들간에 'motherf--ker'나 ‘지기미 x할 놈’이라는 욕이 생겨난 것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어떤가. 상대에게 욕을 할 때 상대의 어머니를 들먹인다는 점에서 당신이나 나나 흑인들과 비슷한 기질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 서 량 2007.04.17
-- 뉴욕중앙일보 2007년 4월 18일 서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