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잔상(殘像)

서 량 2007. 9. 20. 13:07

잠깐만 하면서
女子는 일어나서 테이블을 떠난 거야
레몬 냄새 물씬한 실내공기 속
女子의 단풍잎색 빨강머리가
역광으로 눈부신 머리카락을 스치면서

 

女子가 어디선지 숨겨둔 애인과
화려한 월츠를 추고 있는지
女子를 죽자고 쫓아다니던
불량배에게 기꺼이 납치되어
어리론지 차에 실려가고 있는지
-- 이런 일들은 다 미리 짜여진 신의 섭리에
 의해서 일어나는 거야 -- 라고 자네는 말하겠지

 

입술 언저리에 엷은 미소를 띄우면서
잠깐만 하면서
女子는 일어나서 테이블을 떠난 거야
돌아서는 순간 몸을 반쯤 돌려 나를 보면서
뭔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더군
깜박 잊어버릴뻔 했던 일이 머리에 떠오른 거 처럼
저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오는
사랑의 自覺 같은 것을
女子는 속삭였던 거야
레몬 냄새 물씬한 실내공기 속
女子의 단풍잎색 빨강머리
역광으로 눈부신 머리카락을 스치면서


© 서 량  2000.09.28

--  첫 번째 시집 <맨하탄 유랑극단>(문학사상사, 2001)에서

'발표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시와 사랑  (0) 2007.09.25
|詩| 월터 아버지  (0) 2007.09.24
|詩| 아스팔트 위의 새  (0) 2007.09.16
|詩| 붉은 신호등  (0) 2007.09.13
|詩| 시인과 사랑과 물푸레나무  (0) 2007.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