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 친구하고 잠깐 수다를 떨면서 시시껄렁한 얘기를 하는데
할 말이 없으면 제일 만만한 게 날씨 얘기라.
"야, 이거 이젠 완전 가을이네. 더 이상 더위 걱정 안해도 되지?"
"무슨 소리야. 좀 있으면 인디언 섬머(Indian summer)가 올 거라구."
"완전 가을이 되기 전에 여름이 한바탕 마지막으로 기승을 부리는 기간 말이지? 마치도
봄에 꽃이 피려 하면 겨울이 잠깐 더 무섭게 추워지는 꽃샘추위처럼 말이지?"
"응, 옛날 어메리칸 인디언들이 싸울 때 그렇게 막판에 가서 최후에 발악을 했듯이..."
"아, 그거야 인생도 마찬가지 아니야? 인생의 가을이 오기 전에 우리 한 번 발악을 하는 거 아니야?"
하며 얘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둘 다 얘기를 뚝 그친 거 있지.
왜냐구? 그놈하고 나하고 날씨 얘기를 하다가 말고 느닷없이 지 인생을 생각하기 시작한 거라.
© 서 량 2007.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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