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바다가 짜는 칡넝쿨

서 량 2007. 9. 8. 03:53

수잔처럼 당신은 오렌지를 내민다.
동쪽 하늘 쪽으로 높이 쳐든다
너무 눈부셔라 오렌지는
연인을 장님으로 만들었네
눈이 먼 연인은 당신이 몸을 옆으로
기우뚱 기울이고 손을 비스듬하게
머리와 머리칼 근처에 휙
놀리는 동작을 도무지 볼 수 없었어

 

가장 희미하고 창백하고
쓰면서도 달콤한
당신의 자태를 볼 수 있다면

 

당신은 한층 더 높게 높게 엉킨다
바다가 짜내는 칡넝쿨과
민물 썰물을 알아차리는 생선의 시선으로
별을 툭툭 건드리고
달을 한쪽 구석으로 몰아붙이면서
연인에게 듬뿍 선물을 준다

 

© 서 량

-- <시문학> 1999년 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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