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모르는 사람과의 교신

서 량 2007. 9. 9. 15:17

내가 보고 있는 꽃을
옆에서 같이 보는 대신에
당신은 내 표정을 찬찬히 살피는군
내가 느끼고 있는 꽃을
똑같이 그대로 느끼고 싶은 생각이겠지

 

꽃이 존재하면서
모르는 사람과의 교신이 시작된다
모르는 사람과의 교신이 시작된 후에도
꽃은 그대로 살아 있거나 어느날 죽기도 한다
꽃은 살았거나 죽었거나 간에 하나의 추상으로 남는다

 

당신이야 말로
내 걷잡을 수 없는 추상일지도 몰라
우리가 눈 웃음을 치면서 입술을 깨물면서
하염없이 주고 받는 사랑이 바로
꽃이 남기는 영원한 그림자인지도 몰라
실상의 애처로움을 잘 감추는 내 표정을
찬찬히 뜯어보는 꽃 한 송이가 남겨 주는

 

 

© 서 량 2001.10.01

-- 두 번째 시집 <브롱스 파크웨이의 운동화>(문학사상사, 2003)에서

시집 소개: http://www.munsa.co.kr/GoodsDetail.asp?GoodsID=670

'발표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초가을 개구리 소리  (0) 2007.09.11
|詩| 이불 걷어차고 자기  (0) 2007.09.10
|詩| 빙글빙글 정교하게  (0) 2007.09.09
|詩| 바다가 짜는 칡넝쿨  (0) 2007.09.08
|詩| 詩와 詩人  (0) 2007.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