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홈디포(Home Depot) 가는 길**

서 량 2007. 8. 31. 05:28

엊그제 토요일에 홈디포에 전구며
못이며 이름도 모르는 연장을 사러 가다가 난생 처음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대낮에 들었습니다
나무와 숲이 음산하게 우거진 길이었지요

귀뚜라미는 

가을 밤에만 우는 것으로 알았는데

귀뚜라미는 밑도 끝도 없이 고향 생각이 나게 하지요 그런
귀뚜라미가 벌건 늦여름 햇볕이 쨍쨍한 대낮에 우는 거에요

귀뚜라미건 사람이건 우는 거와 노래를 부르는 거가
대동소이하다는 결론을 내려도 좋아요 괜찮아요

귀뚜라미에 대한 선입관을 고치기로 했습니다
귀뚜라미도 매미처럼 대낮에도 운다 이겁니다
잘은 모르지만 비 내리는 새벽에는 아마
울지 않을 거라고요 근데 큰 확신은 없어요

귀뚜라미는 낮에도 울고 밤에도 울고 하니 귀뚜라미는 잠은 언제 자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새벽에 자나 혹시 전혀 잠을 자지 않는 거는 아닐까 하다가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 하면서 생각을 끊었습니다
그 순간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뚝 그치는 거에요 글쎄

© 서 량 200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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