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컬럼| 7. 'Shooting Star'와 별똥별

서 량 2007. 8. 25. 12:06

 ‘shooting star’를 우리말로 별똥별이라 하고 한자로는 유성(流星)이라고 한다. 별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순간 양키들은 화살이나 총알이 시공을 횡단하는데 착안점을 두었고 한국인들은 소화기의 말단부에서 유출되는 대변을 연상했고 중국인들은 삽시간에 사라지는 별의 발작적인 동작을 마치도 물이 유유하게 이동하는 것으로 보아 ‘흐르는 별’이라고 했으니 세 민족간의 사고방식 차이가 참으로 다채롭다.


 "Can I tell you something? (말씀 좀 드려도 될까요)"하며 누가 접근해 왔을 때 "말 해 봐!"라고 허물 없이 반응 하고 싶으면 당신은 얼른 "Shoot!"이라 대꾸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 사이에 이것을 직역해서 "쏘세요" 라고 하면 매우 쌍스럽게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말의 ‘쏜다’는 뜻에는 사정(射精)한다는 의미도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말이 나온 김에, 영어로 사정한다는 말을 ‘come’이라 한다. ‘쐈어요?’에 해당하는 영어는 "Did you come?"이다. 직역하면 "오셨어요?"가 된다. 물론 이 때 대답은 "I came!(왔어!)."


 ‘왔다’가 명실공히 인간과 인간의 거리감각을 좁혀주는데 반하여 ‘쐈다’는 얼마나 공격적인 발상인가. 사랑의 극치에서 쌍방의 혼이 화사한 불꽃으로 울려 퍼지는 행위를 놓고 우리는 상대방을 한갓 공격심의 과녁으로 밖에는 보지 않는다는 말인가.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왔다’는 장면과 한 여자를 ‘쐈다’는 행위의 차이를 곰곰이 비교해 보시라. 도대체가 ‘쐈다’에는 상대를 죽인다는 뜻이 숨어 있지 않느냐 말이다. 남자가 사정을 하는 순간 여자가 죽는다? 어찌하여 우리들의 사랑방식은 이다지도 치명적인가.


 근래에 흔히 듣는 우리말로서 ‘오늘은 내가 쏜다’라는 표현은 또 어떤가. 여러 사람의 음식값을 자기가 내겠다는 뜻인데 우리말의 최근 슬랭에 익숙하지 않은 귀에는 이 또한 참 거북살스럽게 들린다. 쏘기는 뭘 쏘겠다는 말인가. 양키식으로 말하자면, 자기가 무슨 파면 당한 우체국 직원이라고 여러 사람을 기관총으로 사살하겠다는 말인가. 그것도 남들이 입맛을 다시며 식사를 하는 앞에서.


 우리의 주도(酒道)에 서로 술잔을 높이 들고 ‘완 샷! (One shot!)'하는 콩글리시가 있다. 이것은 술끼가 몸에 퍼질 때의 화끈한 감각을 총에 맞았을 때와 비유하는 영어의 ‘shot’에서 유래된 말. 엄밀히 말해서 ‘one shot’은 ‘술 한 잔’ 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어찌하여 ‘한 번에 쭉~’ 마시라는 의미가 됐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어찌 보면 인간 제반사가 양키들에게는 서부 시대의 총 쏘기에 해당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입은 총이고 그들의 말은 총알이다. ‘한번 해 보겠습니다’ 라는 말도 ‘I will give it a try’라 하면 좀 무책임하게 들리지만 ‘I will give it a shot! (한방 쏘겠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면 참으로 믿음직스럽다.


 어떤가. 이렇게 공격적인 양키들을 아침 저녁으로 상대하는 당신은 ‘shooting star’를 보면서 ‘쏘는 별’이라는 생각을 하겠는가. 아니면 냄새 물씬한 별의 대변을 연상하겠는가. 그것도 아니면 저 도도한 세월의 강물처럼 흐르는 별을?


© 서 량 2006.07.25
-- 뉴욕중앙일보 2006년 7월 26일 서량 컬럼 <잠망경>으로 게재

https://news.koreadaily.com/2006/07/25/society/opinion/4207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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