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4

물감옥 / 김정기

물감옥 김정기 물속을 걷는다 집안에서도 어디를 가도 물 컴퓨터 앞에 앉아도 물이다 헤엄도 못 치면서 물에서 살다니 걷어내야 할 거품도 껴안고 헐벗은 말들만 뛰노는 광장에서 하루해를 적신다 허둥지둥 달려온 길만 햇볕을 쬐고 아득한 것들만 모여 사는 동네에 아직도 낯설기만 한 물감옥의 주소를 쓴다 어디 까지가 물길이고 바람 길인지 분간 못하는 지점에 와 있구나 물결이 바람이 되어 밀어 닥쳐도 여기는 따뜻하고 온화하다 어둠의 척도도 잴 수 없는 물 속 그래도 당신은 여기까지 따라와 내 등에 물기를 닦아주고 있다 언제까지 물 안에서 대답하지 못하는 세월의 등마루에서 조금씩 잠들어가고 있는 의식세계에 연두 풀잎 한 잎 눈앞에 자란다 © 김정기 2018.08.21

홍보석 / 김정기

홍보석 김정기 새어 들어온 햇살에 몸을 덥히며 알속에서 알을 낳아 깨뜨리면서 갇혀 있습니다 반짝이지 않으면서 찬란한 울림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등불이 되는 적막이 찬란합니다 이 공간에서 빚는 시간의 축제에 당신의 늪 속에 솟는 물로 비로소 목욕을 시작하면 늘어진 세포도 다시 줄을 당 깁니다 목에 걸린 가시도 삭아 내리게 하는 순연한 몸부림이 향내로 출렁입니다 그대의 숨소리가 있는 가는 8월이 견딜 수 없는 정현종의 시처럼 황금 물고기의 비밀을 알려 줍니다 여름 갈피에 빛나는 햇볕입니다 홍보석의 황홀한 경험입니다 © 김정기 2010.06.19

*길상사 / 김종란

*길상사 김종란 낮에 꾸는 꿈이려니 하소 햇볕 동그라니 머무는 곳에 잠시 잠들었소 머리 속엔 음악이 그치지 않아 가슴만은 비워두려 하오 매서운 발걸음소리 뒤로 뒤로 잦아들며 손으로 짓는 모든 것이 아프기만 해서 황금으로 변해서 살아서 찡그리는 풀 한 포기를 부러워하오 소유하지 않아서 소유하는 받지 않아서 받는 그럼에도 소유하지 않는 법문이 머무는 자리 사랑이 지나간 자리 지나가는 자리 그대들의 소요하는 발걸음이 내 가슴 위를 지나가는군요 낮에 꾸는 꿈이려니 하소 햇볕 동그마니 머무는 곳에 *길상화가 법정스님께 시주한 절 © 김종란 2010.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