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 6

|컬럼| 41. 칠면조 유감

칠면조 유감 칠면조(七面鳥)! 하면 어딘지 이국적이고 로맨틱하게 귀에 들어온다. 새는 새인데 일곱 개의 면이 있다니. 프리즘 렌즈가 뿜어내는 오색찬란한 빛의 조화가 눈에 선하게 떠 오르지 않는가. 1541년과 1555년 사이에 아프리카의 뉴기니(New Guinea)에 서식하던 야생조(野生鳥) ‘turkey’를 폴투갈 사람들이 미국으로 대량 수출했다. 아세아의 실크로드(silk road)가 유명해졌듯이 그들이 터키를 몰고 가던 땅이름이 나중에 터키라는 국가 이름으로 변했다 한다. 당신도 한 번 생각해 봐요. 어찌하다 나라 이름이 날짐승 이름이 됐는가. 우리나라 이름이 ‘꿩’이나 ‘닭’이라는 상상을 한 번 해 보세요. 월드컵 축구경기 응원할 때 저 귀에 익은 ‘대~한민국’ 대신에 ‘꿩~민국’ 혹은 ‘닭~민국..

|詩| 온건파 칠면조

발목을 삐었어 토실한 닭다리 빛 솔개 날개 빛 활짝 펴 목이 뒤로 젖혀진 자목련 자세 서재 밖 뒤뜰 실개천 건너 하늘 건너 유유히 비상하는 칠면조 보잉 747 번쩍번쩍 빛나는 칠면조 얼굴 빛 시시각각 변하네 칠면조 짙푸른 날갯짓 어느덧 멈추려나 강경파 강경파 칠면조 드라이한 잔디를 활보한다 절름절름 왼발 오른발 소절을 가로지르는 이음줄 안단테 칸타빌레 느리게 노래하듯 부드럽게 응 응 맞아 맞아 우렁차게 노래하듯 소리치듯 시작 노트: 얼마 전부터 다리를 저는 칠면조 한 마리가가 간간 혼자서 풀밭을 걸어다니는 것을 본다. 열댓 명이 넘는 대가족과 동떨어져 혼자 행동한다. 절름거리며 풀밭을 거침없이 보행한다. 나는 그를 강경파라 부른다. 한 번은 그가 풀밭을 박차고 하늘로 치솟아 오르더니 솔개처럼 보잉 747..

2022.04.24

|詩| 칠면조, 개나리를 쪼아먹다

4월 바람 찬 바람 휘말리는 무지갯빛 당신 네모난 입이다 세모꼴 쐐기 모양 샛노란 잔디 북북 할퀴는 단단한 발톱 열 개 잔디 잔디의 강행 강행처리 뭉툭한 大氣 기하학 大氣 타원형 바람 쪼아 먹는 일곱가지 색 당신 불거지는 젖줄이다 4월 바람 찬 바람 속 흥건한 눈물 샛노란 피 무지갯빛 빛 빛 나리 나리 개나리 칠면 칠면 칠면조 한 몸 한 몸 나는 한 몸 시작 노트: 앞마당에서 칠면조 여럿이 개나리를 콕콕 쪼아먹는 광경을 보았다. 얼른 사진을 찍었지.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하는 동요가 들리는 듯! 구글 검색을 했더니 글쎄, 개나리 꽃을 샐러드에 넣어 먹을 수 있는데 맛이 좀 쓰대. 닭이나 칠면조나 발가락이 네 개인줄 알고 있지만 왠지 네 개가 아닌 다섯 개라고 우기고 싶은 생각이야. 이제 ..

2022.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