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자아 5

|컬럼| 242. 꿈, 그 제3의 공간

정신과에서 말하는 자아(ego)는 혹독한 주인 셋을 섬기는 하인이다. 자아는 첫째 본능의 욕구를 들어줘야 하고, 둘째는 현실이 주는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하고, 셋째로 양심과 도덕을 들먹이는 초자아(superego)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소시민은 낮 동안 직장에서 이 셋의 등쌀에 시달리다가 퇴근하여 한밤중에 까칠한 현실을 떠나서 꿈나라로 도피한다. 수면은 현실로부터의 바캉스다. 열대의 피서지 해변에서 조그만 종이우산을 꽂아 놓은 칵테일을 마시는 쾌적함은 아닐지언정 당신과 나의 두뇌조직은 수면을 취하는 동안만큼은 편안히 쉬고 싶다. 아늑한 꿈의 공간은 직장도 집도 아닌 제3의 공간이다. 그러나 꿈을 꾸는 동안 우리에게 완벽한 휴식은 주어지지 않는다. 기쁜 꿈, 슬픈 꿈, 혹가다 악몽마저 꾸는 우리의 자아..

|컬럼| 260. 부끄러운 혹은 성숙한 뼈

우리 마음의 기능 중 초자아(superego)가 자아(ego)를 대하는 품새는 마치도 부모가 자식을 다루는 태도와 흡사하다. 초자아는 법과 질서를 일깨워주는 부성적(父性的)인 면 외에도 자아이상(ego ideal)을 북돋아주는 모성적(母性的)인 부드러움을 지닌다. 정신과 의사 피어스(Piers)와 인류학자 싱어(Singer)가 쓴 "Shame and Guilt" (1971, Norton)를 다시 읽었다. 당신과 내가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수치심과 죄책감의 정신분석적 해석과 인류학적 성찰로 가득한 100페이지 남짓한 얇은 책이다. 부끄러움과 죄의식이라는 우리의 정서는 온전한 초자아의 발육에서 비롯한다고 그들은 강조한다. 일설에 의하면 고대영어에서 '빚을 갚다'는 뜻으로 통했던 'guilt'는 참으로 딱할 ..

|컬럼| 212. 살벌한 양심

정신분석학에서 사람 마음을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로 삼등분 하는 것을 아마 당신은 알고 있을 것이다. 초자아라는 말이 너무 고리타분하게 들리는 점도 있고 해서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양심이라 부르면서 이야기를 꺼낼까 한다. 양심은 사람들이 살면서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도덕성을 일컫는다. 양심은 또한 우리가 순간순간 내리는 사회적 판단의 기준이기도 하다. 때에 따라 당신은 죄와 벌을 판가름하는 냉철한 검사가 되기도 하고 상황을 잘 검토해서 배심원들에게 호소하는 인정 많은 변호사가 되기도 한다. 요컨대 양심은 혹독한 비판과 따스한 배려가 공존하는 이상한 양면성으로 우리를 곧잘 혼동시킨다. 거의 매일을 신문에서 보는 사퇴(辭退)라는 단어를 찾아 보았다. 말씀 사, 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