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 5

|詩| 반신욕**

과거는 결코 죽지 않는다. 심지어 지나가지도 않는다. -- 윌리엄 포크너 영혼을 물 속에 담근다 영혼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영혼은 뜨거운 동시에 차갑대요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물의 힘 새파란 우리 무의식 205병동의 멜리사는 과거를 죽이기 위하여 자신을 말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러나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가 없기 때문에 언제부턴가 자기 몸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걸핏하면 이물(異物)을 몸 속 깊이 입수한다. 내시경은 수십 번, 개복수술도 대여섯 번 했다. 얼마 전에는 작은창자의 일부분을 잘라냈다. 멜리사 배는 내장을 적출하기 위하여 과감히 갈라 놓은 희뿌연 생선 배다.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 의사들이 멜리사의 미친 짓거리를 전혀 근본적으로 고치지 못하는 정신과의사를 고소하겠다고 거듭거듭 벼르고..

2015.10.13

|詩| 체감온도

몸으로 새벽 온도를 잰다 서늘한 새벽의 혀 밑에서 금방 올라가는 수은주 높이가 내게는 중요한 안건이다 정서의 높낮이는 본능의 영향을 받는답니다 체온도 서정 때문에 자주자주 오르락내리락 한답니다 에어콘이 자동으로 꺼지고 호흡이 고르고 규칙적이었다가 잠꼬대 비슷한 소리 얼른 들렸다가 다시 잠잠해지는 내 침실 밖 개암나무 잎사귀가 눅눅해지는 새벽, 그런 새벽 체온일수록 터무니없이 올라간다 © 서 량 2007.08.16

2007.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