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정신과 수련의 시절에 사무치게 배웠다. 환자와의 대화는 되도록 비현실적인 각도를 취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지혜, 두 인간이 나누는 세속적 대화보다는 정신분석적 원칙을 지키는 특이한 기법을. 환자가 스스로 체험하는 의식의 흐름을 막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일상적인 대화나 판에 박힌 인사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환자와 제멋대로 수다를 떠는 것은 경범이 아닌 중범죄로 생각한다. 환자를 접하면서 의사 자신이 화제의 중심이 되는 것은 가당치 않다. 정신과의사는 어딘지 좀 비인간적인 데가 있어야 한다. 지도교수는 고지식한 정신분석가였다. 그는 환자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직설적인 대화를 ‘football coach approach, 축구코치 어프로치’라 비판한다. 아무런 훈련 없이 누구든지 다 ..